"거, 좀 자세히 듣고 싶은데." 주막에서 수군거리던 장사꾼 둘이 흠칫 몸을 돌렸다. 청색 도포를 걸친 채 싱글거리는 여자가 서 있었다. 평상 위에 엉덩이를 붙이더니 넉살 좋게 막걸리병을 든다. 자자, 너무 긴장들 하지 말고. 그냥 좀 궁금해서 그러이. "파란 눈에 코가 높은 사람이라 하였소?" "예,예에. 쩌어-기, 밤산을 넘으면 말입니다요, 바닷마을이 ...
"앙겔라, 있죠. 나 좋아하죠? 응? 그치? 그렇지?" "하나, 많이 취했어요." "알아요. 나 취했어요. 근데 그래서, 그래서 그런건데.... 술 아니면 어떻게 말해요? 이거 진짜, 진짜-"부끄럽단 말이에요. 얼굴을 앙겔라의 쇄골 근처로 자꾸만 떨어뜨린다. 이마를 콩,콩, 박아대는걸 앙겔라가 그 사이로 손을 끼워넣었다. 손바닥 위로 더운 숨이 불었다. 목...
[네, 루시우의 'hard time' 듣고 돌아왔습니다.][언제 들어도 좋네요. 루시우, 듣고 있어요? 싸인 한 번만 해줘요!][또 시작이네요. 하나 씨의 루시우 사랑. SNS 좋아요만 누르지 말고 직접 말을 거세요, 말을.] 절대 못할 걸. 생각보다 소심한 구석이 있거든요, 걔. 내가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앙겔라는 라디오의 음량을 조절하면서 생각했다....
Day 35 : 57 AM. 새벽의 서늘한 빛이 끝까지 치지 못한 커튼 사이로 가느다랗게 새어 들어왔다. 그러나 방 안이 희미하게 밝아지기 훨씬 이전부터 하나는 깨어 있었다. 새벽 훈련의 습관이 몸에 붙은 탓이라 변명을 한다고 하더라도 꽤 이른 시간이었다. 흘끗, 복도 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어둑한 방이 그 끝에 있었다. 앙겔라 치글러가 잠을 자고 있을 침...
하루가 길었다. 하나는 빠르게 짙어지는 바깥을 보다가 가게를 일찍 접기로 했다. 내일은 일요일이었고, 밤을 쪼개서 편집한 영상을 오전 중으로 채널에 올려야 했다. 그리고 오후에 다시 가게를 열어야겠다. 알바(이지만 요즘은 거의 제가 사장인 것 같았다. 대현은 요즘 뭘 하는지 연락도 뜸했다.)가 이렇게 부지런합니다요. 월급 올려 달라고 해야지.한 번 더 셔터...
'예쁘게 하고 와요.' 그야 그건 데이트, 그래(와 진짜? 언니랑? 내가?) 데이트니까 그런 소리를 했지만.이건 데이트가 아닌데.앙겔라는 불만스럽게 창문 너머의 교문을, 아니, 정확히는 그 옆에 서 있는 하나를 처다보았다. 교문 근처로 벌써 발빠르게 나가는 아이들이 곁눈질로 하나를 흘끔대는게 뻔히 보였다.군청색 패딩 아래로 쭉 뻗은 다리를 이리저리 동동대는...
정말 알기 쉬운 애다. 하나는 카운터에서 턱을 괸 채 그렇게 생각했다. 하나의 시선의 끝에서, 아랫집 고딩-수능은 끝났지만 졸업은 멀었으니-의 금발에 닿은 빛이 흩어졌다. 10분 전, 엄연한 '손님'의 신분으로 이 가게에 들어온 고딩의 결 좋은 머릿결을 멍하니 보며, 하나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정말이지. 알기 쉬운, "저, 이거….포장이요." '애'. 고...
DAY 2. 6 : 57 PM. 호텔 자드, 연회장 "저희 측 서버에 문제가 생겨 호텔 전체가 잠시 정전되었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현재 복구 중이니 안심하시고 남은 시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정전 후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는 지시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비서관들이 난데없이 벌어진 사태에 바쁘게 연회장 밖을 오가던 때, 양복을 입은 덩치가 연설자...
5: 52 PM. 호텔 자드. ??? ?앙겔라가 눈을 번쩍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미색의 천장이었다. 병원, 이라고 순간 생각했지만 곧이어 자기가 누워 있는 침대가 병원의 것이라기엔 너무 부드럽다는 걸 깨달았다.여긴 어디지? 마지막, 마지막에 뭘하고 있었더라? "어. 일어나셨네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던 앙겔라는 갑자기 들린 말소리에 화들짝 놀랐...
좋아하시잖아요. 저. 갑작스러운 말에 메르시가 잠시 눈을 깜박이다, 보고 있던 서류를 책상 위에 얹었다. 다시 한번 그 말을 곱씹었다. 마침내 뜻을 이해한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어이가 없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저렇게 자신감에 차서 말할만큼, 제가 감정을 또렷이 내보였나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분명 그건 아닐테지만. 어제만 해도 제 앞에서 이 애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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